[ 영화 ] 무한대를 본 남자_천재와 천재를 발굴한 교수
무한대를 본 남자
★★★★☆
'호킹'이나 '이미테이션 게임' 같은 천재 이야기를 좋아한다(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오이형이 주연이다). 내가 수학에 젬병임에도 수학, 과학 천재들의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어떤 학문이든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멋지다. 여기서 숫자가 들어가면 좀 더 멋져 보이더라. 그리고 나는 액션이나 블록버스터보다 드라마를 선호한다. 그렇다 보니 천재를 다룬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문라이트, 컨택트, 데몰리션 등등..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는 대개 상영관이 없거나 시간이 맞지 않는다. 이 영화도 심야에 상영을 해서 볼 수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VOD로 보고 말았다. 괜찮은 영화였는데 스크린으로 보지 못해 아쉽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인도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 그리고 그의 천재성을 발견한 하디 교수의 이야기이다. 라마누잔은 인도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었지만, 하디교수가 그의 편지를 보고 단번에 천재 임을 알아본다. 그리하여 라마누잔은 그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을 떠나 영국으로 떠난다.
예상대로 영국에서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하디교수는 무신론자에, 수학이랑 결혼한 수학덕후였다. 그는 라마누잔의 이론은 존중했다. 하지만 하디 교수는 라마누잔의 인간적인 면모보다는 수학자적인 면모를 계속 바랬고, 그에게 이론에 대한 증명을 닦달한다. 결국 이 때문에 그들은 트러블이 생긴다. 라마누잔에게 학문 외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 낯선 땅에 와서 원하던 공부를 하지만 다른 문화를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다. 게다가 인도인이라는 차별은 존재했고, 전쟁이 일어난 후에는 더욱 심해졌다. 어머니의 방해로 아내와는 멀어졌으며, 폐결핵에 걸려 몸은 위독하게 되었다.
시기, 질투, 차별 등 천재 이야기의 정형적인 소재가 모두 녹아있다. 게다가 다른 천재들의 이야기와 차별점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하디 교수'의 존재이다.
라마누잔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를 발견한 하디 교수를 더 눈여겨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라마누잔의 인종을 문제 삼으며 핀잔부터 주는데, 그는 라마누잔의 수학자적인 면모를 정확하게 보았다. 게다가 그를 천재라고 말하며, 그와 함께 연구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는 당연해 보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하디 교수는 수학과 결혼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수학덕후이다. 게다가 켐브리지 교수이다. 위치가 있고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위도 없고 인종도 다고 나이도 한참 어린 사람을 자신보다 더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진면목을 단번에 통찰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는 그가 수학자이자 교수로서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하디 교수가 인간적인 면모는 조금 부족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분야의 마이스터로서 가져야 하는 덕목은 모두 갖췄다고 생각한다. 부족했던 인간적인 면모도 후반부에 채워진다. 허지웅이 말한 좋은 어른(나의 친애하는 적)을 보며 격하게 공감을 했다. 내가 어른이 된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이 영화에서 찾은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기 위해 짧게 이야기 했음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소재가 균형 있게 녹아있다. 소설이라 해도 믿을 만큼 천재 이야기의 전형적인 소재가 모두 녹아있다. '천재 이야기의 정석'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평이 나쁘지 않은 것은 소재의 균형과 '실화' 그리고 하디 교수의 존재가 아닐까.
+ 문맥상 쓰지는 못했으나, 하디 교수를 연기한 제레미 아이언스는 하디 교수 그 자체였다.